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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어느 날 아침의 정겨운 우동 한 그릇
    여행 사진 2019. 5. 1. 10:22

    우동 한 그릇

    도쿄를 좋아하시나요? 우동은 좋아하시나요? 저는 둘 다 좋아합니다. 

     

    저는 언젠가 부터 먹는 음식을 항상 찍어 버릇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블로깅을 하기 전 부터 그랬습니다. 아마 제 기억으로는 소셜 미디어를 접하기 전부터 그랬는데 제대로 관리를 하진 않았어요. 가령 제가 마포 맛집을 가서 무엇을 먹었어도 사진만 남기고 장소나 업소명을 기록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사진으로만 남으면 됐지 뭘 귀찮게 더 자세히 기록을 하냐는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구글 드라이브에 엄청 쌓여있는 사진을 보면서 지우려고 보니까 쉽게 지워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자주 오더라고요. 유료 드라이브를 사용하다 보니 용량은 아직도 여유롭지만 왠지 정돈이 안된 제 방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이제라도 조금씩 시간이 나는대로가 아니라 시간을 내어서 정리를 해보자고요. 이렇게 고민을 하다가 돌아보니 정말이지 고민만 하고 있더군요.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 같은 상태였습니다. 또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미니멀리즘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는데 감탄은 절로 나오지만 그래도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저 책의 저자를 보면서 "와. 이 사람은 대단히 깔끔한 사람이구나" 하면서 말이죠. 

     

    정리 정돈을 잘 하고 싶어서 책을 사보기도 했습니다. 또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 이렇게 하는구나.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하면서 감탄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 붙였죠. 

     

    "이 분은 정리의 신인가 보다. 이 사람은 이런 분야로 타고난 재능이 있나 보다" 하면서요. 

     

    그러다 우연하게 지인의 회사 브랜딩을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브랜드 전문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방송국에서 PD로 일을 했고 지금도 일을 가리긴 하지만 연출을 하거나 콘셉트를 잡아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인의 창업에 무료로 나름 재능기부 형태의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되었죠. 평소 갑갑한 일이 발생하면 혼자 다 맡아 버리는 성향이 있어서 그분의 블로그를 관리가 아닌 직접 써 드리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대략 3개월을 매일 글을 써 드렸어요. 그전에 저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었는데 1달도 안 되는 기간을 썼..... 을 정도로 온라인 쪽으로는 부지런한 타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 어제 들어가 보니 너무나 고마운 구독자 60여 명이 제 글을 읽으시고 있었어요. 물론 저는 그 이후로 브런치를 잊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휴면 상태로 있습니다. 

     

    이런 제가 타인의 블로그를 3개월 가량 관리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 네이버와 티스토리를 고민하다가 여기로 방향을 정했어요. 책을 읽거나 느낀 점도 정리도 해보고 또 때로는 정리까지는 아니어도 흔적이라도 좀 남겨 보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정도 비즈니스를 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실천'이라는 키워드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처럼 고민만 하고 생각만 하지 행동으로 잘 옮기지는 않죠. 그리고 그 행동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사람의 능력은 타고나는 부분과 훈련된 부분으로 대부분의 인생을 편히 지낸다고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이가 제법 들고 나니까 이제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저는 제 나이를 외국에서 계산하는 나이를 적용하고 살아갑니다. 이렇게 하면 대단히 젊은 느낌도 들고 왠지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꽤 긍정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아무튼 제가 최근 느끼기에 인생에서 타고난 부분이 있더라도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키워드는 어쩌면 대단히 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인데요. 나이가 드니까 이제 저 보다 실력이 좋고 뛰어난 친구들이 차고 넘치게 되었습니다. 아마 제 글을 읽는 저와 비슷한 30대 중반이나 넘긴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아요. 저도 잘 났다고 생각하던 때가 분명 있었거든요. 그러나 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시점을 지나면서 책을 더 읽어야 하고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 되기 십상이라는 생각과 상황들이 자주 펼쳐졌습니다. 회사에 속해 있더라도 이런 일종의 위기감이나 불안감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성실함과 꾸준함은 타고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것은 분명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고 말이죠.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내게 있어서 성실함과 꾸준함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말입니다. 아닌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놀랍게도 몇 가지 정도는 그래도 꾸준하게 하고 있는 게 있더군요. 

     

    1. 밥 한그릇이라도 찍어 올리는 습관 

    2. 항상 메모하는 습관 

    3. 컴퓨터 폴더를 정리하는 습관 

    4. 화장실이 더러우면 참지 못하는 습관 

    5. 사람을 좋아해서 부르면 언제든 달려 나가는 습관 

    6. 약속 장소에서 상대가 늦어도 책 한권이면 언제든 화가 나지 않는 습관 

    7. 지난 6-7년 간 꾸준히 책을 읽어온 습관 

     

    이런 게으른 저에게도 이런 좋은 습관들이 있었습니다. 이건 마치 유레카를 외치는 아르키메데스의 모습과 같다고 자부할 정도로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좋은 습관이 숨어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정도가 타인과 비교해서 좀 덜할 뿐이지 분명히 누구에게나 장점이 숨어 있어요. 오늘은 근로자의 날입니다. 거리가 한산 하지만 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쓰는 것도 하나의 일과라고 생각해 봅니다. 

     

    + 우동 사진은 제가 가장 힘든 해, 절친한 외국인 친구네 집에서 먹었던 우동입니다. 먹음직스럽죠. 물론 그 친구가 해장을 하라고 해준 우동입니다. 일본은 아시다시피 냉동제품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죠. 저 우동이 딱 그렇습니다. 그런데 버섯이 퀄리티가 좋아서인지 상당히 맛있었어요. 달걀의 신선도가 높아서 달걀 프라이도 맛이 달랐습니다. 

     

    우동 한 그릇이지만 저는 그 친구와의 만남 이후로 조금 더 힘을 내게 되었고 지친 순간을 잘 넘겼습니다. 물론 요즘은 뭐랄까 의도하지 않은 일이 터지는 경우가 많아서 다소 힘에 부치기는 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오롯이 하루에 온 힘을 다 하되 70% 정도의 에너지는 남겨 둡니다. 나머지 30%는 집에서 쉴 수 있는 여유, 저녁에 친구나 선배를 만나서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죠. 

     

    저의 꾸준함의 비결은 다름 아닌 '70%'를 유지하는데 있습니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일을 할 때 자주 지치곤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약간의 깨달음이 생겨서 70퍼센트의 중요성을 이제는 잘 지키려 합니다. 우동 사진을 볼 때면 저는 당시 지친 저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그날 나누었던 친구의 잔잔한 조언을 돌이켜 봅니다. 

     

    일본에서는 라멘을 먹을 때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어도 되죠. 외려 그것이 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더군요. 저는 그 이후로 혼자 면을 먹을 때는 후루룩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먹습니다. 기분이 상쾌해지더라고요. 

     

    티스토리 첫 글을 잘 장식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두서없이 써 내려가는 게 바로 '저'이기 때문에 이런 부족한 저의 모습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첫 글을 읽어주실,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자주 들러서 주저리주저리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면플릭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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